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심리

우리 모두의 스승

by YOUN :) 2021. 5. 14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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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모두의 스승인 소파 선생의 안 계셨다면

가정 혹은 가정법 수사는 부질없는 짓으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. 이 글의 제목으로 이런 가정을 내세운 것도 어쩌면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릅니다.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는 것이, 이러한 가정을 통해 오늘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, 우리가 과연 어린이를 위해 무슨 일을, 얼마나 사심 없이 그 일에 자신을 투신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. 맨 먼저 생각나는 것이 소파가 안 계셨다면 이 나라에 어린이날이라는 것이 언제쯤 제정될 수 있었고, 또 과연 그런 날이 있기나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. 모르긴 해도 해방이 되고 우리 정부가 수립된 후 한참을 지나서야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어린이에 대한 어른들의 기대 때문에 그런 날을 만들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. 소파 선생이 어린이날을 만들어 첫 행사를 가졌던 1923년 5월 1일에서 적어도 30,40년쯤 후의 일이 아니겠습니까? 이러한 추론이 가능한 것은 어린이 운동의 역사를 통틀어 보아도 소파만큼 헌신적으로 어린이를 위했던 어른은 없었고, 소파만큼 그런 일을 추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. 두 번째로 생각나는 것이 소파 선생이 안 계셨으면 이 나라 아동 문학이 언제쯤부터 발아하여 오늘의 토양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. 누가 뭐라 해도 이 나라 아동 문학은 소파 선생이 주재하고 있었던 어린이 지를 통해 배출된 소년 아동 문학가, 일테면 윤석중, 이원수로 대표되는 굴렁쇠 동인들의 꿈이 영글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. 윤석중, 이원수를 뺀 우리나라 아동 문학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소파 선생이 창간하여 주재했던 어린이지가 이 나라 아동 문학사에 끼친 업적은 거의 절대적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. 어린이날이 없는 현실을 상상해 보십시오, 그날 하루가 생일날보다도 더 즐거운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삼백예순 날 모두가 지옥으로 느껴질 것입니다. 그러나 그보다는 더 중요한 것은 그날이 있어서 어린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우리네 어른들에게 어린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음미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.

우리 모두의 스승

생전에 손용화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입니다. 방정환 선생께서 그 뚱뚱한 몸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보고, "총칼 들고 싸워도 독립을 이룰까 말까 한 판에 아이 놈들과 놀고 있다니!" 라며 빈정대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. 방정환 선생은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. 나라를 잃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기대를 걸 수 없고, 오직 어린이를 잘 길러 그들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는 길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.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건 것입니다. 방정환 선생은 어디 가나 '백설공주'이야기를 꼭 하셨다고 합니다. 백설공주는 흰옷 입기를 즐겨하던 우리 겨레이고 심술궂은 계모는 일본인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듣는 어린이들은 다 알아들었습니다. 그래서 이땅에서 계모 노릇을 하고 있는 일본 놈들을 어서 내쫓자는 생각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했던 것입니다. 세상을 떠나시기 며칠 전이었다고 합니다.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맑은 정신이 들자, 부인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. 부인 내 호가 왜 소파인지 아시오? 나는 여태 어린이들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일을 했습니다. 이 물결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입니다. 뒷날에 큰 물결, 대파가 되어 출렁일 터이니 부인은 오래오래 살아 그 물결을 꼭 지켜주시길 바랍니다. 방정환 선생님의 호 소파에는 이런 깊은 뜻이 들어 있습니다. 선생께서 어린이 운동에 뜻을 세우신 지 25년쯤 지나 우리는 광복을 맞이했습니다. 일찍이 어린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 선생으로부터 백설공주 이야기를 들은 어린이가 10세였다면, 그들은 한창때인 35세 때 나라를 되찾았습니다. 어쩌면 방정환 선생으로부터 독립정신을 배운 사람들이 해방을 이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. 정말 일본을 내쫓고 광복의 문을 연 엄청난 큰 물결이 되었습니다. 정말이지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이자 어른들에게는 영원한 스승이셨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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